트럼프 슈퍼파워 이겨낼 슈퍼을 K방산
- 작성일2025/01/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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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2. [매일경제]
한국의 방위산업은 지난해에도 굵직한 수출 소식이 이어지며 견고한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안과 밖에서 동시에 몰아치는 위기가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정학 위기와 유럽의 무장화를 촉발했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또 '미국 우선주의'를 펼치며 '관세 대통령'을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를 맞이한다. K방산의 성공 신화는 계속될 수 있을까? 글로벌 지정학 위기와 트럼프 2.0에서의 K방산의 진로를 모색한다.
■ 글로벌 지정학 위기와 트럼프 2.0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는 변화를 겪으며 발전해 왔다. 2차 대전 이후, 지구상에는 많은 이슈가 발생했다. '냉전'이라는 미국·소련 간 이데올로기 대치는 글로벌 지형을 거대한 두 개의 블록으로 나누며, 지구촌 곳곳에서 화약 냄새가 끊이지 않는 분열과 상실을 낳았다. '아시아를 포함한 모든 지역 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 수위를 낮추겠다'는 1969년의 닉슨 독트린은 동맹국들이 방위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고 지역 국가들이 자국의 방위 책임을 지도록 요구했으며, 베트남에서의 미군 철수로까지 이어졌다.
1991년 소련의 해체로 '무역과 항해의 자유'를 추구하는 세계화가 진행됐으나, 2017년에 시작된 트럼프 1.0에서의 미국·중국 관세 전쟁과 2022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안보 지각을 '중국·러시아' 대 '서방'이라는 거대한 두 개의 블록으로 쪼개며 '신냉전(New Cold War)'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해에 3연임을 확정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저지'였지만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균형을 뒤흔들며 유럽 국가들의 무장화를 촉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 2.0은 글로벌 안보질서의 불확실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2.0은 10~20%의 보편관세와 60%까지 언급하는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유럽 등 동맹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로 증액하라"는 '국방비 증액' 요구에서 점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국방예산 증액 요구는 마치 1969년 닉슨 독트린의 '데자뷔'로 읽힌다.
이는 미국의 '군사비 축소'와 미국 방산기업의 '무기 수출 확대'라는 양면성이 있기에 우리 방산 수출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트럼프 2기의 미국 우선주의 추진은 관련 국가들의 크고 작은 반발도 불러오겠지만, 임기 초반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거세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2.0의 미국 우선주의는 K방산에도 크고 작은 도전을 예고한다.
■ 진격의 K방산, 현주소는
한국의 방위산업은 최근 몇 년간 기적과도 같은 엄청난 성장을 이루며 '진격의 K방산'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1970년대 초반, 소총과 같은 기본 병기 국산화를 목표로 시작했던 한국의 방위산업은 이제 정밀유도무기를 포함한 최첨단 무기를 수출하는 글로벌 10위 수출국 위상을 갖게 되었다. 최근 10년간 연간 20억~30억달러에 머물던 수출 규모도 2021년 73억달러, 2022년 173억달러, 2023년에는 135억달러, 지난해 95억달러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에는 작년에 이월됐던 수출사업을 포함해 20여 개국을 대상으로 최대 규모의 방산 수출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K방산 대표 기업 4곳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수주 잔액은 89조6837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연간 영업이익률 잠정치도 10%대를 넘기며 저가 수주가 아닌 견고한 생산 체계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K2 전차는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를 누르고 폴란드 수주를 성공시켰다. K9 자주포는 전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5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레드백 장갑차도 수요국 환경에 특화해 2023년 말 호주와 3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천궁-Ⅱ 지대공 유도무기는 폴란드,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와도 계약을 성사시켜 명실공히 '중동의 K방공망'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이러한 평판을 바탕으로 이제 막 개발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에 대한 수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도 수주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K방산 수출 대상 국가도 과거 아시아와 북미 중심의 일부 국가에서 중동지역과 유럽, 호주까지 확대하며 10개국 이상으로 늘렸다. K방산의 성공은 반짝 특수가 아니라 우리 방산업체의 앞선 기술력, 높은 신뢰성, 빠른 조달체계, 차별화된 가격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다. K방산은 이제 국산화뿐만 아니라, 수출에서도 국가의 '신(新)성장엔진'이며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이끄는 '효자산업' 반열에 올라섰다.
■ 트럼프 2.0, K방산의 성공 전략은?
다만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한다. 정치 리스크와 같은 내부적 위험과 지정학 위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끼리끼리 동맹을 바탕으로 유럽 방산시장에 대한 빗장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 국가는 유럽산 장비를 구매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유럽연합(EU)은 현재 20%대인 역내 무기 조달 비중을 2035년까지 60%로 확대하려고 한다. 트럼프 2.0에서는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도 큰 이슈지만 '방위비'나 '관세' 이슈도 우리 정부나 기업에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위기 요인으로만 인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선거 직후, 당선인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선박업체의 미국 해군 MRO(유지관리·수리·완전분해정비) 러브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조선업 시장의 40%를 점하는 압도적인 중국의 조선 능력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최대 위협이 되고 있지만 현재 미국의 조선 생태계는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Jones Act)' 등으로 고사 상태이다. 이는 미국의 함정뿐만 아니라 조종사를 양성하는 훈련기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조종사들이 훈련기 부족으로 거의 2년이 넘도록 타 분야에서 근무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정학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트럼프 2.0은 K방산이 한미 양국 간 전략적 동맹 강화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기회 요인임을 암시한다. '글로벌 K방산'을 위한 고려 요소를 짚어본다.
첫째, 우선 '국방과학기술 제고'가 필요하다. 수년째 한국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9위에 머무르고 있다. 현 국방기술 연구개발(R&D) 투자체계는 '세계에 없는 기술'을 낳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국방 R&D 투자 개념을 단편적인 기술 발굴이 아닌 첨단 기술 개발과 핵심 능력 확장을 위한 '연구기반 확충'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둘째, EU와 나토 국가 등 유럽 국가들과의 공급망 구축과 생산시설 현지화를 통한 진입장벽 해소 전략이 요구된다. 한미 연합방위체계를 지원하는 유엔사 회원국들에 대한 전력 제공자(force provider) 역할을 고려한 생산시설 현지화 등의 방산 협력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단기적 수요 급증과 진입장벽을 감안하면 유럽 시장은 향후 몇 년이 K방산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셋째, 방산은 트럼프 2.0 연결을 위한 한미동맹에서의 전략적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우선 미국 해군의 군함 건조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해군은 2054년까지 364척의 새 군함 건조를 위해 약 1570조원(연평균 약 6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미 함정 MRO 2건을 수주한 한화오션이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미국 해군 함정 건조, 수리 등에서 일본과 미국이 진행하는 수준의 국방 협력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상회담을 통해 미 해군 전투함의 일본 내 수리를 합의한 바 있어 전투함 MRO 참여가 가능하나, 한국은 비전투함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의 국방상호조달협정(RDP-A) 체결과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에서의 공동 투자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이는 첨단 기술 분야의 고부가가치 소재, 부품, 장비, 인력의 수출 확대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며, 방위비 분담금 확대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지속적인 성능개량과 유지보수 플랫폼 발전도 긴요하다.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 1위의 K9 자주포와 '중동의 K방공벨트'가 된 천궁은 '연구개발-생산-전투원의 현장의 목소리 접목'이라는 삼위일체의 팀워크와 성능개량이 만든 성과였다. '전투장비 생애주기형 성능개량 사업'(가칭)과 같은 위협 진화와 기술 발전을 고려한 '지속형 성능개량 플랫폼'이 요구된다.
지정학 위기가 엄습한다 해도 2025년 한국의 위상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다. 최소한 돌고래 내지 범고래 정도는 된다.
K방산은 지정학 위기와 트럼프 2.0에서 지속 성장이 가능한 중요한 투자처이자 전략산업이 될 것이다.
김기원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출처 : https://www.mk.co.kr/news/politics/11224595